[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부가 자화자찬했던 'K-방역'의 실패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방역 선진국이라던 한국의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지난 15일 하루 동안 1,078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100만 명당 하루 확진자를 볼 때 일본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꼽히고 있는 백신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이마저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다.
정부는 백신 4,4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선구매가 확정된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이 유일하다. 나머지 3,400만 명분은 여전히 도입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16일 한국일보는 한국의 백신 도입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늦었던 이유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4가지로 압축했다.
이미 4월부터 백신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묵살했다는 점, 백신 도입에 있어 지나치게 가격을 따졌다는 점, K-방역 성공에 도취됐다는 점, 백신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적한듯 한국은 지난 2월 신천지 발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로 한 차례 위기를 겪은 바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가 빠르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K-방역이란 이름으로 널리 홍보했고, 해외에서도 극찬이 쏟아졌다.
이러한 탓인지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지난 4월 전 세계가 백신 개발과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을 때 한국은 백신 확보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보도에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전성 때문에 선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올해 여름부터 3차 대유행이 예상됐으나 선진국에 비해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다급한 모습을 보이더니 4,4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중 선구매를 확정한 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일하다. 주목받았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대신 아스트라제네카를 선택한 건 저렴한 가격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1회분 가격이 각각 20달러, 37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달러에 불과하다.
싼 가격에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이러한 입찰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한국과의 협상을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초 입찰 과정에서 저가 원칙보다 향후 코로나19의 위험성과 국민 건강을 우선적으로 했다면 이른 시간에 많은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도 먼저 나서지 않았겠지만 다국적 제약사 역시 싼 가격을 부르는 한국에 먼저 공급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K-방역을 칭찬하던 국민들도 정부의 한 발 늦은 대처에 차갑게 돌아서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간 알앤써치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 52.9%는 K-방역과 관련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1,078명은 역대 최대치다.
백신 접종까지 최소 3개월 가까이 걸릴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러한 확산 추세가 정점이 아닌 3차 대유행에 초입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벌어질 '백신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많은 나라가 백신 구매전에 뛰어들 것이고 내년 봄을 시작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국내 백신 개발은 현재 임상 1상에 머물러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국내 코로나19의 향방이 달렸다. 한국은 현재 방역 선진국으로 남을지, 방역 후진국으로 후퇴할지의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