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귀중한 유물을 저 대신 잘 간직해주세요"
올해 2월 추사 김정희의 최고 걸작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손창근(92) 씨가 유일하게 남긴 말이다.
그는 이외에 기증에 따른 어떤 조건도, 예우도 요구하지 않았다.
지난 9일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앞서 지난 8일 문화재청은 8일 손씨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 수여는 2004년 문화유산 정부포상 이래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튿날 손씨를 청와대로 초청해 "세한도는 '무가지보', 즉 가격을 배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표현을 신문에서 봤는데 아주 공감된다"며 "대를 이어서 아주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수집·보호하고 기증해 주셔서 국가가 얼마나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씨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개성에서 이름난 인삼 무역상이었던 손세기 선생은 평소 근검절약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문화재를 구입하는 데는 아낌이 없었다.
그는 15세기 최초의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 초간본과 한국 대표적 서화가인 정선·심사정·김득신·김정희의 작품 등 국보급 유물 다수를 사 모았다.
손씨는 이런 선친을 따라다니며 문화재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수많은 유물과 작가 중에서도 부자는 김정희의 작품을 특별히 여겼다. 때문에 손세기 선생은 한 사채업자에게 저당 잡혀 있던 김정희의 '세한도'와 '불이선란도'를 큰돈을 주고 매입했다.
이후 1년 넘게 고민을 한 끝에 손씨가 세한도까지 기증하면서 유물은 180여 년 만에 국민 품으로 가게 됐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한도는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다"며 "서화류는 온도, 습도의 영향을 받아 관리하기가 까다로운 데 두 부자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지 알 수 있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