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길을 걷던 중 어디론가 부리나케 도망가는 사람과 그 뒤를 쫓으며 "저놈 잡아라"라고 외치는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할까? 야심한 밤, 내 집 안에 몰래 들어온 낯선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면?
마음 속으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당연히 경찰이 오기 전 미리 제압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체포 과정에서 범인이 상처를 입거나 최악의 상황으로 숨지기까지 할 경우, 시민들은 도리어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재판정에 서고 유죄를 인정 받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2014년 강원도 원주시에서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제압하려 빨래 건조대 등으로 폭행했다가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고, 2016년 수원에서는 '바바리맨'을 목격한 시민들이 그를 제압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해 법정에 서기도 했다.
현행범 제압에 참여한 시민들이 체포과정에서의 불상사로 졸지에 가해자, 범인으로 수사를 받거나 유죄를 받게 된 것이다.
형사소송법 212조에 따르면 시민의 현행범 체포를 허용하고 있기는 하나 "체포권이 있어도 적용되는 범위가 너무 좁다", "정당방위가 성립되는 기준이 까다로워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시민들의 현행범 체포와 관련해 정당방위 적용에 훨씬 더 널널한 기준을 두고 있다.
현행범을 현장에서 제압할 경우 무력이 사용돼 불상사가 일어나도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면책에 가까울 정도로 시민의 체포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만큼 총격 사건이 빈번해 언제 어디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기도 하고, 범죄자보다는 시민들의 안전을 더 우선시하는 마인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2011년 집에 침입한 도둑을 잡아 창고에 가뒀던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고, 콜로라도주는 아예 집에 침입한 침입자가 위해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그 어떠한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제압해도 된다고 법에 명시해놨다.
시민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현행범 체포에 더욱 적극적이다.
뺑소니 사고 차량을 발견하면 시민들끼리 합심해 차를 몰고 가 가해자를 저지하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뛰어 현행범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시민도 많다.
미국의 사례를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한국도 어느 정도 이런 점을 일부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범죄를 목격했을 때 "도와주다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대신,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나올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