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제페토가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미화되었다'를 출간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댓글 시를 모아 '그 쇳물 쓰지 마라'를 펴낸 지 4년 만이다.
제페토는 뉴스 기사에 시 형식의 댓글을 남기며 누리꾼에게 알려졌다. 그렇게 댓길 시를 남긴 지도 올해로 10년이 지났다.
제페토는 서문에서 포털 사이트의 댓글 문화에 대해, 그간 바뀐 문화에 대해,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에 대해 밝혔다.
그는 "누리꾼은 댓글을 씀으로써 공동체 일원임을 과시하고, 집단에 매몰되어 있던 자신의 존재를 또렷이 확인하게 된다"며 "이처럼 인터넷 뉴스는 종이 신문이 가진 일방성과 달리 댓글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누리꾼과 기자, 누리꾼과 누리꾼 간의 실시간 소통을 가능케 했다. 댓글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써 올렸던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하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댓글은 손쉬운 유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목소리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 비록 나의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하는 이유다"라고 보탰다.
제페토의 시집에는 그가 살폈던 기사와 해당 기사에 달았던 댓글 시를 나란히 배치돼있다. 하나의 뉴스를 보고 그가 어떤 것을 느꼈는지, 또 그걸 어떻게 풀어냈는지 알 수 있다.
제페토는 "슬프게도 매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픈 이들의 사연이었다"며 "제가 머무는 곳이 그들이 머물던 고도에서 멀지 않았기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페토의 작품들은 정신없이 빠르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동시대의 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