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솔섬 사진’ 소송전 2라운드.. “얼마나 대단한 사진이길래?”

두 장의 사진이 연초부터 사진 동네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영국 사진가 마이클 케나의 '소나무'(2007)와 아마추어 사진가 김성필씨의 '아침을 기다리며'(2010)다. 둘 다 강원도 삼척 월천리의 솔섬을 찍었다.

두 사진은 유사한가, 아닌가. 소송이 제기됐다. 1심 법원 판단은 '유사하지 않다'였다. 풍경 사진의 저작권에 대한 국내 첫 판결이었다. 다음 달 2심을 앞두고 갑론을박이 다시 불붙고 있다.

케나는 몽환적인 흑백 풍경 사진으로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사진가.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찍은 사진가는 있었으나, 원지명 속섬이 솔섬으로 알려질 정도로 유명해진 것은 케나 이후다. 그의 사진을 본 애호가들이 몰려들면서 솔섬은 출사(出寫)의 성지(聖地)로 떴다.

케나가 촬영한 2007년 솔섬 ⓒ케나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성필씨 작품 ⓒ김성필


논란은 2011년 8월 대한항공이 ‘솔섬’과 유사한 작품을 TV 광고에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대한항공이 2010년 실시한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성필씨 작품이다. 그러자 공근혜갤러리 측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공근혜갤러리 측은 2심에서 김씨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항소심을 맡은 법무법인 ‘정세’ 측 변호사는 “김씨는 블로그나 사진동호회 사이트 등에 자신이 찍은 솔섬 사진을 올리고 ‘케나 작품을 보고 비슷하게 촬영했다’고 말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감과 팔레트가 있다고 누구나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닌 것처럼 사진도 빛의 세기와 강도, 카메라 위치와 농도, 조리개 속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표절”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두 사진이 같은 솔섬을 찍기는 했지만 색감이 다르다”며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는 많고 자연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항공 측은 공근혜갤러리가 케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근혜갤러리 측의 명예훼손이 도를 넘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 승소가 확정되면 곧바로 명예훼손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은 학문·예술에 관해 사람의 노력으로 얻어진 사상·감정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 형식이므로, 사상·감정·이론·아이디어 자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대한항공 손을 들어줬다.

인사이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