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도무지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진보와 보수는 뇌 구조부터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뇌과학 영역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뇌 연결망에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7일 서울대병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 이상훈, 김택완)은 성인 106명의 정치 성향과 뇌 기능 네트워크를 분석해 뇌 연결망 차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팀은 먼저 106명을 보수, 중도, 진보성향 그룹으로 나눈 후 뇌 기능을 살폈다. 그 결과 뇌 영역들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가 정치 성향에 따라 달랐다.
보수 성향의 그룹은 자기조절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 연결성이 진보 성향의 그룹보다 약 5배 높았다.
즉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는 등 심리적 안정성이 더 높았다는 얘기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 활성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건 해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팀은 위험 자극에 보수성향 사람의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보수인 공화당원들에서 위험이 동반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편도가 과활성화되고, 섬피질 활성도가 감소했다고 한다.
다만 뇌의 전체적인 기능적 연결성을 연구한 보고는 권 교수팀이 처음이다. 권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는 휴지기 상태의 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관찰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또한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이므로 두 요인 사이의 선후 관계 또는 인과 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봤다.
권 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 기능의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 기능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