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성동권 기자 = 모바일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20대가 지난 5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올해 'n번방 사건'과 '손정우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3년 전 '빨간 마후라'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남학생 4명이 외국의 포르노를 모방해 1명의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사건은 지난 1997년 7월 발생했다. 외국 포르노를 본 4명의 남고생이 15살 여중생 한 명을 집단 성폭행하며 8mm 가정용 캠코더로 촬영한 것.
가출 청소년이었던 여중생은 촬영 이전에 이미 성폭행을 당한 상태였다.
촬영한 영상은 가해자들이 복사해 유통하면서 시중에 나돌기 시작했다. 비디오에는 '빨간 마후라'라는 제목이 붙었다. 피해 여학생이 빨간색 머플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폭행을 당한 소녀는 피해자였음에도 동영상 촬영에 함께했다는 이유로 소년법상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았다.
이는 당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제16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한 일간지에서 대통령 후보들과의 인터뷰에 이와 관련한 질문을 실을 정도였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빨간 마후라' 비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
정작 가해자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자는 끝까지 유린당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근 법원은 '피해자다움'이 없다고 성추행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빨간 마후라 사건'이 주는 교훈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