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18년, 저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어요.
남편과 저는 '대출을 통한 아파트 매입 vs 대출 없이 신축 빌라에서 시작'을 놓고 고민했죠. 상의 끝에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했거든요. 각종 규제가 나왔고, 대통령도 '부동산은 안정되고 있다'라면서 값을 떨어뜨리려고 해 대출받지 않기로 했어요.
저와 남편은 결혼하던 해 2월에 봐둔 아파트를 사려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매년 3천만원씩 5년 모으자 했습니다. 5년 뒤면 가격도 떨어져 있을 거고, 빌라를 팔고 모은 돈을 합쳐 사면 될 거라 생각했죠.
딱 2년이 지난 지금, 모은 돈은 6천만원을 조금 넘었네요. 목표는 이뤘어요.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가 2년 만에 6억이 올랐거든요. 고작 2년 만에 6억이 오른 집을, 3년 더 돈을 모은다고 살 수 있나요?
저희는 최근 소중한 아이까지 출산했기에 내 집 마련은 더더욱 이루지 못할 꿈이 됐습니다. 아이러니해요. 아이가 생겼는데, 살고 싶은 아파트를 포기해야 하다니"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위 사연은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한 여성 A(30)씨의 사연이다.
A씨는 남편과 함께 매달 적금을 꼬박꼬박 넣으며 돈을 모았다. 목표로 삼은 위례 신도시를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는 너무 높은 벽이라 애진작에 꿈꾸지 않았다. 그저 강남 접근성이 좋고 깨끗하고 살기 좋은 위례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위례 아파트 가격 상승은 A씨 가족의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실제 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83m²(25평형)의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는 2018년 2월 7억 2천만원이었는데 최근 13억 2천만원에 거래됐다. A씨의 말처럼 무려 6억이 올랐다.
'위례창곡푸르지오' 109m²(33평형)도 2018년 2월 7억 5천만원에 거래되던 게 현재 약 13억원이 됐다. 도저히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A씨 외에도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3년간 2억을 모았는데 사려던 집을 포기했다는 사연도 있었다.
다수 무주택자가 "최근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무주택 전월세 임차인은 보증금과 월세를 마련하느라 고통스럽다"라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 아이가 생긴 신혼부부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양육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A씨처럼 아이를 키우면 집을 포기하거나, 집을 생각하면 아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시작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정부는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대로 갈 경우 2년 뒤에는 가격이 더 뛰어오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