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밀리의서재가 선정한 올해 가장 주목받을 작가 김초엽의 첫 번째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 출간됐다.
김초엽 작가가 문단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7년, 이례적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의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면서부터다.
곧 김초엽은 신예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만큼 SF 장르적 상상력에 페미니즘, 윤리학, 장애학 등 다채로운 주제를 덧대는 놀라운 작품들을 보여주며 독자와 문단에게서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지난 2019년에 펴낸 첫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무려 14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비평가들은 섬세하게 축조된 소설 세계를 지닌 수록작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2020년 10월, 김초엽은 첫 장편소설을 펴내며 자신의 향한 기대와 사랑에 또 하나의 화답을 보내왔다.
단편소설에서 작가 특유의 장점으로 손꼽히던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자유로운 상상력은 장편소설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더스트'로 인해 한 차례의 대멸종이 일어난 먼 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더스트란 작품 내에서 유기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먼지를 일컫는 말로, 이러한 더스트에 노출된 유기체는 동물, 식물, 인간 할 것 없이 모두 죽음에 이른다.
인간들은 도시 위에 커다란 돔을 씌운 '돔 시티'를 만들어 더스트를 막으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책일 뿐이며, 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도시 바깥의 사람들을 끊임없이 살육해야 한다는 잔혹한 전제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작가는 그렇듯 끔찍한 디스토피아에서 한 걸음 떨어져, 더스트가 종식되고 문명이 재건된 이후의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잔잔한 현재에서부터 참혹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대멸종이 일어났던 시대의 또 다른 진실을 하나둘 밝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