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지난 25일 타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가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선행으로 주위를 감동시키고 울고 웃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일화가 '어린이집'을 건립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그는 회장직에 오른 1987년 호텔신라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비서진에 "저기다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호텔신라 주변에는 낙후된 집이 밀집해 있었는데, 이 회장은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근무하려면 아이들을 편안하게 맡겨야 할 텐데, 좋은 시설에 맡길 수는 없을 것 아닌가"라며 "그런 걸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장은 건립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집 운영에도 깊게 관여했다. 그는 "5~6살 어린이들을 맡는데 (가구 등의) 모서리가 각이 지면 안 된다"며 가구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받은 뒤엔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고 크게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또 직원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유명했다. 그는 생전에 "삼성에서 30년을 일했으면 노후 걱정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임직원 처우를 직접 챙겼다.
또 비서진에게 "그분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직접 찾아 안부를 물어보라"면서 회사를 떠난 참모들을 끝까지 챙겼다.
이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학창 시절 은사와 겪은 사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교 2·3학년 때 담임이었던 고(故) 박붕배 서울교대 교수는 생전 "친구들과 장난치고 도시락 반찬도 뺏어 먹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서 "잘난 체, 부자 아들 티,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고 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