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읽다 보면 엄마 생각에 코 끝 찡해지는 '엄마 시' 5편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Instagram 'dlwlrma'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시린 바람이 불어와 콧잔등이 찡해지면 엄마 생각이 난다. 


추운 겨울 손발 차갑다며 양말을 겹 켤레 신고 보일러는 절대 틀지 않던 모습.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이면서도 자식들 걱정할까 아픈 티 안 내던 얼굴. 


그러면서도 내 자식 밥 한 끼 굶을까 걱정돼 금세 따뜻한 국을 끓여주시던 뒷모습 말이다. 


유독 추운 날이면 더욱 간절해지는 엄마 생각에 괜히 마음 한편이 사무쳐 오곤 한다. 아래 5편의 시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톡 건드려준다. 


엄마, 두 글자만으로도 눈물이 차오르는 이들이라면 오늘은 잊지 말고 안부 전화를 드려보자. 


1. 사모곡 - 신달자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멜로가 체질'


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나님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끓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도 몸 아프면

날 찾냐고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꼴 저꼴

보기 싫다시며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은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부르튼 입으로 어머니 부르며

병뿌리가 빠지는 듯 혼자 앓으면

아이구 저 딱한 것

어머니 탄식 귀청을 뚫어요.


아프다고 해라

아프다고 해라

어머니 말씀

가슴을 베어요. 


2.  엄마 걱정 - 기형도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나의 아저씨'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3. 어머니 - 서정주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연애 말고 결혼'


애기야......

해 넘어가, 길 잃은 애기를

어머니가 부르시면

머언 밤 수풀은 허리 굽혀서

앞으로 다가오며

그 가슴 속 켜지는 불로

애기의 발부리를 지키고


어머니가 두 팔을 벌려

돌아온 애기를 껴안으시면

꽃 뒤에 꽃들

별 뒤에 별들

번개 위에 번개들

바다의 밀물 다가오듯

그 품으로 모조리 밀려들어오고


애기야

네가 까뮈의 이방인(異邦人)의 뫼르쏘오같이

어머니의 임종(臨終)을 내버려두고

벼락 속에 들어앉아 꿈을 꿀 때에도

네 꿈의 마지막 한 겹 홑이불은

영원(永遠)과 그리고 어머니뿐이다. 


4. 어머니의 편지 - 문정희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호텔 델루나'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5.   어머니란 이름 때문에 - 하영순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청춘기록'


때론,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이 있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약한 모습 보이기 실어서


두 다리 뻗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이를 악물었다

난 내가 아니기에


오던 길 돌아보니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

돌아보지 말자

다시는 돌아보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저 앞에 펼쳐진 넓은 평원을 행해

달려 보리라

어느 듯 해는 서산마루에

어둠살이 내리기 전에

아직 내겐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