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자유를 맛보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공군 상위(대한민국 공군 대위에 해당) 이웅평이 한 말이다.
그가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한 이유는 다름 아닌 한국의 '삼양라면' 때문이었다.
이웅평은 북한에 있을 당시 강원도 원산의 한 해변가를 산책하던 중 바다에 떠밀려 온 삼양라면 봉지를 주웠다.
라면이 뭔지 몰랐던 그는 포장지를 뒤집어 뒷면에 적혀 있는 설명서를 읽던 중 다음과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판매나 유통 과정에서 변질, 훼손된 제품은 판매점이나 본사 대리점에서 교환해 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안내 문구지만, 북한에 살고 있던 이웅평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해당 문구를 본 뒤 이웅평은 "남조선에서는 인민들을 위해 이런 작은 것에도 정성을 들이는데, 지상 낙원이라는 북조선은 이게 무슨 꼴인가?"라는 의문을 품었고, 이 의문은 탈북으로 이어졌다.
1983년 2월 25일 귀순한 이웅평은 북한에서의 계급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공군 소령으로 재입대했다.
뿐만 아니라 귀순 당시 몰고 온 북한의 주력 전투기였던 미그19(MIG-19)에 대한 보상으로 15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1980년대 초반 라면 한 봉지 가격이 약 1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이웅평은 대령까지 진급하고 가정을 꾸렸다. 성공적으로 남한에 정착한 것처럼 보였지만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은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결국 이웅평은 1997년 간경화 판정을 받았고, 5년여의 투병 끝에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