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조선 최고의 미녀로 추앙받았으나, 요절한 비운의 왕녀 '화협옹주'.
그가 살아생전 즐겨 사용하던 화장품이 270년이 지난 오늘날 현대적인 감성과 더해져 재탄생했다.
2015년 8월 13일, 경기 남양주시청 문화관광과에는 문화재 발견 신고가 한 건 들어왔다. 한 농민이 집 주변 밭을 경작하다 돌함과 덮개, 목제 말을 발견했다는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려문화재연구원 측은 현장에서 작은 백자 항아리와 벼루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물건 디테일로 보아 왕족의 무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굴은 순탄치 않았다. 비용 조달을 하지 못해 차일피일 피뤄지다 1년 만인 2016년이에야 출토를 시작했다.
무덤의 주인공은 18세기 조선 영조 임금(1694~1776)의 셋째 딸이자, 사도세자(1735~1762)의 누이 화협옹주(1733~1752)였다.
화협옹주는 11살이 되던 해 영의정 신만의 아들 신광수와 혼인했지만, 자손을 낳지 못하고 스무살에 홍역으로 눈을 감았다.
살아생전 그는 조선 최고의 미녀로 추앙받을 정도로 용모가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놀라운 점은 화협옹주의 묘에서 발견된 청화백자 용기들 안에 270년이나 지난 화장품 내용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기초 화장품인 면약부터 립스틱용 연지와 개미 수천 마리가 들어간 불가사의한 용액까지 그 내용물도 다양했다. 또 빗이나 거울 등과 같은 화장도구도 함께 발견됐다.
화협옹주가 생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화장품은 약 270년 만에 현대적인 감성이 더해져 아름답게 재탄생했다.
지난 22일 국립고궁박물관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와 협업해 제작한 현대식 화장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화장품은 파운데이션, 보습용 핸드크림, 입술보호제 등 3종이다. 이 화장품은 유물분석·문헌 조사를 통해 확인된 밀랍, 홍화 꽃잎 등 전통재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화장품은 올해 말 '프린세스 화협'(Princess Hwahyup)이란 상품명으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