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5일(토)

8·15에 美-中-日서 동시상영된 위안부 다큐 '마지막 눈물'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할머니들의 너무나 가슴 아픈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젊은이들이 할머니들이 겪은 끔찍한 고통을 알게 해야 합니다."  

 

8·15 광복 70주년인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 해군기념극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눈물'(The Last Tear)이 끝난 뒤 눈시울이 불거진 관람객들이 보인 반응이다. 

 

중국 난징·상하이와 일본 도쿄에서도 동시에 상영된 이 다큐 영화는 한국전쟁 다큐 영화 '페이딩 어웨이'(Fading Away)로 유명한 재미동포 크리스토퍼 리(51) 감독과 미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USKI·소장 구재회)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남해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4) 할머니의 끔찍했던 과거 위안부 생활과 현재의 어려운 삶, 미래 세대에 대한 할머니의 당부 등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감독은 정치색을 배제한 채 철저하게 박 할머니의 감정과 아픔에 영화의 초점을 맞췄다.  

 

16살 때 경남 남해군 고현면 바닷가에서 바래(조개캐기) 가는 길에 외사촌과 함께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 만주에서 강요당한 7년간의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에 대한 박 할머니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연기와 춤으로 승화시켰다.

 

춤 연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민 지배와 독립의 경험이 있는 라트비아 출신 무용수가 맡았다. 

 

내레이션을 맡은 하버드대 미국인 여대생 마리카 리칸스러드, 한국예술종합대학 유우진·한양대 이지현·성균관대 김규식 씨를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미국과 한국의 남녀 대학생들이 남해에 내려가 박 할머니를 인터뷰하고 일상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것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까지 건너가 역사적 아픔의 현장을 일일이 확인했다.

 

영화는 일제 치하를 직접 겪지 않은 대학생들이 박 할머니와 만나 대화하며 이해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영화 상영 후 기자들과 만나 아베 신조 일본 정권에 공식 사죄를 촉구할 수단으로 이 다큐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사죄를 받아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며 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와 동시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의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박 할머니와 같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따뜻한 관심을 보이는 게 중요하며, 그래야 각국에서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확산돼 궁극적으로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위안부 범죄에 대해) 사죄를 하지 않았는데 애초 할 것으로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의미가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위안부 범죄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나갈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 등지에서도 대학을 중심으로 '작은 영화제'를 계속 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제작자인 구재회 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겪은 온갖 고초와 참상 등 역사적 진실을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모든 세계의 젊은이들이 알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 영화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최대한 많이 상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최근 국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임상미술치료 작품전'을 주최하는 등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박영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했다. 

 

지난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17일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인다. 오는 10월 12일에는 국회에서 시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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