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포병부대 중심의 지상군 화력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군(軍)을 가리켜 시민들은 '화력 덕후', '포방부'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의 포병전력은 '국방개혁 2020'이 계획대로 끝난다면 K55 PIP와 K9, 신형 자주포까지 합쳐서 3,000문 정도를 보유할 예정이며 이에 더해 MLRS 수를 보충한 다연장로켓을 국산화한다.
이것도 모자라 사단급으로 차륜식 다연장을 갖추게 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포탄 가격은 몇 조 단위로 알려졌다.
포는 한반도의 험한 지형에 어울리면서도 한정된 예산으로도 타 병종에 비해 더 큰 화력과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포를 사랑한 역사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고려시대를 거쳐 지금의 총포에 해당하는 각종 쇠뇌에 대한 연구와 배치를 해왔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조상의 '포' 사랑 사례를 모아봤다.
1. 최무선의 화약
화포하면 생각나는 인물 최무선은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리지널 '포 전문가'다.
일찍부터 병법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왜구를 제압하는 데는 화약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화약 개발에 나섰다.
이후 한국 역사상 최초로 화약을 직접 개발하고, 이후 진포 해전 등에서 진포(지금의 군산)로 쳐들어온 왜구를 화포로 무찌르며 큰 공헌을 세웠다.
2. 세종의 신기전
조선시대인 1448년(세종 30년) 제작돼 17세기 이후까지 널리 생산된 고체 로켓으로, 군사적 목적의 로켓추진 화살로서 이용되었다.
책만 보는 공부벌레였을 것이란 일부의 평가와 달리 세종은 소문난 포 덕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대왕 치세의 조선은 과학기술의 연구에 힘쓴 결과 당대 기준으로 선도적인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3. 임진왜란 당시 대장군전
대장군전은 조선 시대에 개발된 천자총통용 화살, 포탄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자총통이 명종 대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16세기 이전부터 고안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용화포인 천자총통의 대구경과 화력에서 오는 추진력으로 군함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그야말로 근대적 해전을 목적으로 구상되고 만들어졌다.
4. 비격진천뢰
일종의 시간차 대인 폭탄으로 불리는 비격진천뢰는 선조 시대, 임진왜란 당시 만들어졌다.
쏘기 전에 자체 도화선에 불을 붙인 후 발사하면 땅에 떨어진 뒤 도화선이 끝까지 타들어가 뇌관에 불이 닿으면 터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터지지도 않을 뿐더러 길거리에 보이는 흔한 쇳덩이처럼 생긴 까닭에, 이 화약의 정체를 모르는 적군이 빙 둘러 구경하다가 순식간에 터져나온 쇠무더기에 의해 치명상을 입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