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 / 용산구청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한 공무원이 사비를 들여 베트남에 있는 일식당 간판을 교체해 화제다.

간판엔 전범기인 욱일승천기가 들어가 있었는데, 공무원은 우연히 이 식당에 들렀다가 간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울 용산구에 따르면 윤성배 용산국제교류사무소장은 이달 초 베트남 중부의 빈딘성 꾸이년(퀴논)시의 한 일식당을 찾았다가 욱일승천기로 꾸며진 간판을 발견했다.

윤 소장은 식당에 욱일승천기의 의미를 설명, 교체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식당 측은 외부 인테리어 업자가 시공한 간판이라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청

윤 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해당 인테리어 업체에 전화까지 걸어 간판 교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 역시 "인터넷으로 일본풍 디자인을 찾다 눈에 띄는 것을 보고 작업했을 뿐"이라며 "베트남은 (욱일승천기 게시를) 금하는 법이 없다"고 거부했다.

윤 소장은 결국 SNS에 해당 간판 사진을 올려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 과정에서 용산국제교류사무소 '꾸이년 세종학당'에 다니는 학생들도 식당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윤 소장을 도왔다.

욱일승천기 / gettyimagesBank

윤 소장은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아 주인을 설득하려 했지만, 또다시 거부당하자 "게시글을 지우고, 교체 비용도 지불할 테니 간판을 바꿔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결국 식당 측은 윤 소장에게 백기를 들었다. 욱일기 무늬 대신 45도 각도의 사선을 배치하는 디자인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번 전범기 간판 교체는 도시외교사의 쾌거로 기록될 것"이라며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구와 공직자들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