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세상에서 할머니가 제일 좋다는 14살 소녀 우연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1 '동행'에서는 제주도 서귀포시 작은 마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우연이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우연이는 아침 일찍부터 바닷가로 나가 고둥을 잡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픈 할머니 몸에 좋은 거"라며 쉬지 않고 고둥을 잡는 기특한 우연이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우연이가 할머니를 이렇게 챙기게 된 데는 사실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올여름 심장 협심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가 여러 번 정신을 잃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쓰러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본 우연이는 큰 충격에 빠졌다.
우연이는 이후 몸이 아파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일을 나서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조금이라도 거들려 노력한다.
철이 빨리 든 우연이는 사춘기가 왔음에도 투덜대는 법이 없다. 친구들이 부모님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산다는 이유로 놀려 속상한 마음에 할머니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그런 애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저 우연이는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주신 할머니에게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우연이는 왜소한 할머니가 계속 아픈 게 자신 탓인 것만 같아 슬프다며 남몰래 속앓이를 하기도 한다.
할머니 역시 우연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집에 물이 새기도 하는 가난한 살림이지만, 할머니는 우연이를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해 오늘도 밭에 나가 고추와 열무를 수확한다.
이후엔 시장 노점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쭈구리고 앉아 열심히 고추와 열무를 판다. 고추와 열무가 다 팔리지 않으면 해가 저물어 상인들이 장사를 다 접어도 홀로 자리를 지킨다.
세상에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자신밖에 없는 손녀 우연이를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돈을 벌고 싶다는 게 할머니의 뜻이다.
사실 우연이와 할머니는 떨어져 살 뻔했다.
우연이가 7살이 됐을 때 어떤 사람이 찾아와 할머니에게 "손녀 딸을 줘라. 내가 키우겠다"고 했다. 낯선 이는 대궐 같은 집에 살고 있었고, 할머니는 '이만하면 우연이 고생 안시키겠다. 나 보다는 잘 먹이고 잘 입히겠다'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연이는 "할머니, 나 김치만 줘도 돼. 나 맛있는 거 필요 없어. 나 할머니 없으면 못 살아요"라며 할머니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했고, 모질지 못한 할머니도 결국 손녀를 보내지 못했다.
모든 것을 다 주고 있음에도 부족하다며 서로에게 미안하다고만 말하는 우연이와 할머니. 두 사람이 거친 이 세상을 잘 살아가길 시청자들이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