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7일(일)

서울 가는 도중 3번이나 지연됐는데 아무도 항의하지 못했던 '유령 철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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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열차에 귀신이 씐 게 분명해... 유령 열차라니까...?"


열차 한 대가 3시간 동안 무려 3명의 사람을 쳐 사망하게 했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쇼킹한 사건이 무려 국내에서 일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4년 5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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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 전남 여수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새마을호 열차는 출발 26분 후 여수시 율촌면 율촌역 인근 여흥 건널목을 건너던 80대 여성을 치는 사망사고를 냈다.


충격에 열차 운행을 도무지 할 수 없던 기관사는 결국 중간에 다른 기관사와 교체를 하게 됐고 열차는 다시 철길을 달렸다.


첫 사고가 난 지 2시간 18분 후인 오후 1시 4분경 열차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 구내 길이 12m 익옥천 교량을 지나던 또 다른 80대 여성을 쳤다.


익산역에서 또다시 기관사를 교체한 오후 1시 39분, 이번에는 전북 익산시 함열읍 와리 용성 건널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무단 횡단하던 9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여수에서 출발해 익산시까지 약 210km를 오는 동안 무려 3명의 노인이 모두 다른 장소에서 다른 기관사가 운전한 '같은 열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철도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철도 역사는 물론 세계 철도 역사에도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건널목이나 철길 횡단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많지만, 단일 구간 내에서 한 열차가 각기 다른 사망 사건을 낸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당시 사고 조사를 마친 철도청은 이렇다 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우연의 일치'라는 결론을 지었다.


철도청은 "기관사의 책임이 없음으로 아무런 배상 책임이 없고, 유족들에겐 위로비 명목의 장례비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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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수많은 이들은 저마다 그럴싸한 괴담을 내놓았다.


"저승사자가 급하다 보니 새마을호를 이용했다", "열차 번호 162호, 기관차 번호 7408호 숫자를 합하면 아홉수, 죽음을 의미하는 숫자들이다", "7408호 기관차는 지금까지 노인들만 100명을 죽인 귀신 붙은 기관차다", "올해 전라선에서 숨진 15명의 혼이 씌었다" 등이 주 내용이었다.


철도청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의 허황된 이야기라고 했지만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친구 집에 가지 못해 마음이 급했던 첫 번째 사망자는 열차가 온다는 경보음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지팡이를 짚은 채 건널목에 들어섰다.


두 번째 사망자는 철길 건너 자신의 과수원에서 일하다 전날 온 비로 철길 밑 도로가 물에 잠기자 철길 무단횡단을 선택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날 과수원 옆의 짧고 건너기 좋은 철길을 놓아두고 교량 위를 걷다 사고를 당했다.


평소 가는귀 먹고, 눈이 어두웠던 세 번째 사망자의 경우는 더욱 이상하다. 건널목 차단기 틈새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서는 그를 안내원이 온몸으로 제지했으나, 오히려 안내원을 피해 열차가 오는 곳으로 자전거를 몰아간 것이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죽은 자들만이 알 수 있는 해당 사건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과연 여수발 서울행 162호 새마을호에는 귀신이라도 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