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올라왔지만, 결백을 주장하던 한 대학생이 최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교도소는 강력범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인데, 크로스체크도 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올려 무고한 피해자를 낳는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최근 고려대학교 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재학생 A씨가 3일 숨졌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와 동기라는 누리꾼 B씨는 A씨의 부고를 전하며, "A씨가 확인되지 않은 디지털 교도소의 주장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B씨는 "A씨는 온갖 악성 댓글과 협박 전화, 문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7월엔 한 차례 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다 서울에 올라온 다음 날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만 끝나면 같이 러시아로 교환학생을 가자고 하던 친구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린다"며 "부디 그곳에선 편히 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교도소에 A씨의 신상이 올라온 건 7월 초였다. 디지털 교도소는 그가 음란물에 지인의 사진을 합성해 온라인에 공유하는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곧바로 고파스에 글을 올려 결백을 주장했다.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지만,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모두 허위"라고 선을 그었다.
신상이 공개된 이유에 대해서는 해킹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얼마 전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르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지털 교도소가 공개한 A씨의 신상엔 오류가 많다. A씨가 지인 능욕을 요청했다는 시각 A씨는 가족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또 A씨가 지인 능욕을 하려고 했다는 1998년생 여성 동기는 노어노문학과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신상은 이튿날 디지털 교도소에서 비공개 처리되기도 했다. 다만 운영진은 "(전화번호 해킹은) 변명이다. 혐의가 없어 내려간 것이 아니다. 피해자와 직접 얘기하라"고 말했다.
A씨의 빈소는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일 오후 1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