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동거'는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 관계를 가지고 한 집에서 사는 삶을 말한다.
동거를 주제로 한 노래,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은 많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자리 잡지 못한 상황.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동거했던 남자 혹은 여자는 걸러, 그냥 걸러"
하지만 이 말은 진짜 맞는 말일까. 자기변명일 수 있지만, 한번 동거를 경험했던 사람은 결혼을 하기 전이라면 꼭 동거를 먼저 하라고 조언했다.
동거를 했던 사람을 걸러야 한다는 게 아닌, 동거를 하면 걸러야 할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동거 경험을 총집합 시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했다. 짧게 이야기하면 그는 결혼을 전제로 동거한 남자친구와 결국 헤어졌다.
글 작성자 A씨는 직장도 번듯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문제없는' 남친과 동거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이별했다.
A씨는 "남친은 코 골고 이를 가는 타입이었다"라면서 "원래 연애만 할 때 여행을 가면 코골이 방지 패드·이갈이 방지 마우스피스를 잘 착용하더니 동거 시작 후 불편하다며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따로 자자는 말도 거부했다고 한다.
화장실 청소 문제도 갈등을 키웠다. A씨는 변기를 닦아 세균 증식을 방지하고, 물때를 닦아 청결을 유지하는 타입인데 남친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고 한다.
A씨는 "당번을 정해도 제대로 하지 않아 늘 싸웠다"라고 말했다.
부엌일도 문제였다. 남친은 요리를 할 줄 몰라 A씨가 요리를 했다. 설거지는 남친 몫이었다.
남친은 설거지 후 뒷정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은 사방 군데로 튀겨 놓고 처리하지 않았고, 설거지한 그릇은 늘 정리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주변에 낀 때도 닦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당연하게도 먹는 문제였다. 남친은 밥을 해 놓으면 느긋하게 식탁에 앉고는 했다. A씨는 배가 고픈데도 휴대폰 게임에 매진하느라 늘 A씨를 기다리게 한 것이다.
A씨는 "사소해 보이지만 물건 제자리에 안 놓고, 옷과 양말 휙휙 벗어던지고, 음식 먹고 쓰레기 안 치우는 것까지 더해지면 사람 돌아버린다"라면서 "결국 하나하나 다 부딪히다가 헤어졌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조언은 간단했다.
"살아봐야만 생활습관을 모두 알 수 있으니 한 번 살아봐야 한다"
이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완전 동의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 동의했다.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하고 이러한 습관을 알게 됐을 때 보통은 참는 경우가 많고, 못 참으면 이혼하는데 동거는 '이혼 경력'을 막을 수 있으니 좋다는 목소리가 꽤 많았다.
한편 지난 6월 여성가족부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진행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동거하는 가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화는 비단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도 20~30대 젊은이들 속에서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여성 탈북민들의 증언이 수차례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