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동행'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세상에 오직 둘뿐인 할머니와 손주의 뭉클한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울렸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KBS1 '동행'에서는 창원 마산합포구에 사는 한 할머니와 손주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밤낮없이 수레를 끌며 폐지를 줍고 다니는 할머니는 매일 '5천 원' 정도를 벌기 위해 온 동네를 구석구석 누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예비 사위와 아들을 낳고 집을 나가 버린 딸을 대신해 손주 재호(14)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재호가 100일 됐을 때 딸이) 고아원 보내려고 하는 걸 내가 키우겠다고 했다. 재호 업고 일터를 전전했다"며 손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KBS1 '동행'

이웃 주민 중 시비를 걸고 무시하는 사람도 많지만 할머니는 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재호의 대학 학비를 모으기 위해 오늘도 악착같이 수레를 끈다.

이런 할머니의 고생을 아는지 재호도 빨리 철이 들었다.

사춘기가 와 예민할 법도 하지만 재호는 할머니가 혼자 힘들까봐 리어카를 함께 밀어주러 자주 따라온다.

안타깝게도 이런 재호를 놀리는 친구들도 있는데 재호는 "그런 애들이랑은 말을 안 섞으면 돼요. 친구 안할거예요"라며 씩씩하게 넘긴다.

할머니는 이런 재호가 안쓰러워 "노인정에 간다"고 거짓말 하고 몰래 폐지를 주우러 나오지만, 재호는 어떻게 안 것인지 이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뛰어나와 일손을 돕는다.

KBS1 '동행'

기특한 재호는 어려운 살림에도 할머니 생각만 하는 효자다.

한창 갖고 싶은 게 많은 나이지만 아프고 잘 못 듣는 할머니를 위해 무엇을 사야 할까 늘 고민한다.

방송에서도 재호는 할머니의 보청기를 사기 위해 알아보러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재호는 수십만 원이나 하는 보청기를 살 수 없어 씁쓸한 표정으로 보청기 가게를 그냥 나와야 했다.

조금씩 철이 들수록 가난에 대한 무게를 느끼는 재호는 보청기 가게 앞에서 쭈그려 앉아 속상해해 시청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KBS1 '동행'

건강하고 바르게 큰 듯한 재호지만 사실 재호는 학교와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로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가 있다.

태어나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과 빈자리가 할머니의 노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할머니를 보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모든 걸 주고도 부족하다고 말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할머니와 할머니가 걱정할 까봐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재호, 두 사람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KBS1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