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구급차를 막아 환자 이송을 지체한 택시 기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보통 구급차의 운행을 방해한 유사 사건엔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환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이경민 변호사는 유튜브를 통해 택시 기사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이 변호사는 블랙박스 영상에 녹음된 택시 기사의 발언을 토대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사고 당시 환자 가족에게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적어도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택시기사가 이송을 지연시킨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박성민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응급실에 일찍 도착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단 지연 행위가 없었더라도 환자가 살아있을 것이라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
업무방해죄와 살인죄는 형량 상 차이가 크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만 적용할 수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는 세월호 참사에 처음 적용된 바 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에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최초로 인정했다.
형사사건 처리가 '살인죄'로 기소될지는 경찰 수사와 이어지는 검찰의 기소 판단에 좌우되겠지만, 유가족 입장에선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이 사건은 4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졌다. 이날 국민청원에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이틀 만인 5일 오전 기준 47만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청원에 환자를 태운 응급차는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다 택시와 접촉사고가 났다. 응급차 기사가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해결해드리겠다'고 했지만 택시 기사는 길을 막았다.
청원인은 "택시 기사가 반말로 '사건처리가 해결되기 전엔 못 간다',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 이거 처리하고 가라, 119 부를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구급차에는 폐암 말기의 80대 환자가 타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환자 이송을 막는 가운데 골든 타임 10분이 흘러갔고, 환자는 다른 119구급차에 옮겨타 급히 이송됐지만 5시간 만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