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엄마에게 버림받은 한 아이가 충격에 굳게 말문을 닫고 말았다.
다행히 이를 가엽게 여긴 할머니가 딸을 대신해 어린 손주를 사랑으로 키웠고, 꼬마는 할머니의 보살핌 덕에 말을 다시 찾았다.
최근 KBS1 '동행'에 이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달 27일 오후 6시 방송된 KBS1 '동행'에는 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손자 지후와 손녀 지아를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할머니의 사연이 그려졌다.
할머니는 3년 전 집을 나가버린 딸을 대신해 어린 손주들을 도맡아 키우고 있다.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손주들을 키우기 위해 낮에는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고, 밤에는 아이들을 재운 뒤 밭으로 나가 농사를 짓는다. 할머니는 손주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으로 호흡 곤란과 두통, 기억장애를 앓게 됐지만, 온몸이 쑤시는 고통을 참아가며 매일매일 열심히 일했다.
자신의 품이 세상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늘 부족하다고 말하며, 손주들 걱정만 한다.
특히 할머니 눈에 밟히는 손주는 7살 지후다.
지후는 3살 무렵 자기들을 방치한 채 외출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두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다행히 지후는 다치지 않았으나,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1년 6개월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지후는 지극정성으로 할머니가 보살핀 덕에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할머니는 자신이 자식을 잘못 키운 탓에 손주들의 마음이 다친 것 같다며 매일 밤 자책했다.
실제로 지후는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지후는 아픈 할머니가 엄마처럼 자신들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할머니가 자고 있을 때마다 숨소리를 확인한다. 또 엄마가 사라진 날이 계속 떠오르는지, 자다가도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니는 너희 곁을 지킬 거야"라고 말하며 다독이지만, 지후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듯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오늘도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는 할머니. 어르신의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손주들을 위해 악착같이 일하며 살아가고 있을 할머니에게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