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일)

대한민국 재판부가 자기 자식을 살해한 엄마에게 '집행유예' 선고한 이유

인사이트 /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자폐증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의 판단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수원지방법원의 한 재판 결과가 올라오며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4월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7)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의 아들 B(41) 씨는 3살 때 자폐 판정을 받은 후 기초 수준의 의사소통만 가능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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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런 상태에서 그의 폭력 성향은 점차 심해졌고 성인이 될 무렵에는 정신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B씨는 난폭한 성향 때문에 퇴원 권유를 받거나 입원 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20여 년간 정신병원 10여 곳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던 중 모친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27일 오후 병원에서 아들 B씨가 계속 크게 소리를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우자 간호사에게 진정제 투약을 요청, 그를 잠들게 했다.


A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B씨의 상태와 다시 입원을 받아줄 병원이 없으리라는 불안감 그리고 나이가 들어 자신의 기력이 쇠해 더는 간호가 불가능하리라는 절망감 등에 사로잡혔고 이튿날 새벽, 병실에서 아들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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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심리 끝에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의 40년 동안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양육하며 헌신적으로 보살펴 부모의 의무를 다해 온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스스로 자식을 살해했다는 기억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그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형벌이라 볼 여지도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이 오롯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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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각종 규정을 두고 있으나, 해당 사건 기록상 국가나 지자체의 충분한 보호나 지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이런 사정이 피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을 추단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당시에도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된다",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다", "재판부가 판결을 잘한 듯", "너무 가슴이 아프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