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오늘(6월 17일)로부터 정확히 66년 전인 1954년 6월 17일.
대한민국의 사상 첫 월드컵 경기가 열린 날이다.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당대 최강' 헝가리와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전 세계의 관심이 이 경기에 쏠렸다. 세계 최고의 스타가 즐비한 우승후보 0순위 헝가리도 헝가리지만, '한국전쟁'이 끝난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한 한국의 축구 실력도 관심사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초반은 의외로 비등비등했다. 헝가리 선수들이 한국을 얕잡아본 탓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한국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부상도 마다하지 않는 태클에 특히 당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흐름을 파악하고 적응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한국이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전반 20분 첫골이 들어간 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에만 4골, 후반에 5골을 내줘 총 0대9로 패했다. 한국은 겨우 2개의 슈팅만 날릴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故 홍덕영 골키퍼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다. 패했지만 슬퍼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헝가리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사자처럼 용맹했다"라며 패배한 팀의 열정과 근성에 찬사를 보냈다.
이후 닷새 뒤 만난 터키에게 한국은 0대7로 패했다. 이날 역시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전후 한국이 처음 출전한 월드컵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한편 한국의 첫 월드컵 도전기는 험난하고 또 험난했다.
당시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는 단 한 곳.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 도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대결해야 했다. 하지만 경기는 모두 일본에서 치러졌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故 이승만 박사가 "일본을 절대 한국에 들일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5대1 승리를 거둔 뒤 두번째 경기를 2대2로 마쳐 1승 1무로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
스위스로 갈 수 있는 직행 비행기가 없던 한국은 미군 군용기와 기차를 타고 60시간 넘는 시간을 거쳐 스위스에 당도했다. 인원을 1진과 2진으로 나눠 겨우 갈 수 있었다.
숙소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이마저도 10시간도 채 쉬지 못한 뒤 첫 경기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