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9일(일)

"미국 대신 한국에서 처벌받고 싶어요" 울면서 빌고 있는 'n번방' 원조 손정우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뉴스1] 박승주 기자, 이장호 기자 =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가 "한국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면 어떠한 중형이 내려져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심리로 16일 열린 범죄인 인도 청구 사건 2차 심문기일에서 손씨는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다"며 미국 송환에 반대하는 취지로 말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손씨는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을 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손씨는 재차 "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하루하루 허비하며 살았고 아버지와도 많은 시간을 못 보냈다"고 재판부에 인도 불허 결정을 호소했다. 1차에 이어 이날 심문에도 아버지 손모씨가 방청석에 자리했다.


인사이트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2번째 심문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아버지 / 뉴스1


인사이트'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 / 뉴스1


이날에도 검찰과 변호인은 손씨의 송환 여부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범죄인 인도법상 인도를 허용한 범죄 외에는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보증이 없어 손씨를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한미범죄인 인도조약에 인도범죄 외에는 처벌할 수 없게 돼 있고, 미국 정부도 인도를 허가받은 범죄만 처벌하겠단 의사를 밝히고 있어 별도의 보증서는 필요 없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또 미국에서 손씨에게 돈을 송금한 사람을 처벌할 경우 손씨를 공범으로 엮어 한국에서 처벌받은 죄명으로 미국에서 다시 처벌할 가능성이 있어, 범죄인 인도 청구 사유인 '자금세탁' 관련 혐의로만 처벌한다는 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검찰은 "저희가 인도하는 범죄 자체가 손씨의 개인범죄"라며 "그걸 넘어서면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미국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측은 과거 검찰이 손씨를 음란물제작·배포 혐의로 수사할 당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사실을 놓고 충돌했다.


손씨 측은 검찰이 범죄수익의 흐름을 파악하고 타인의 계정을 이용한 사실도 충분히 수사했는데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기소와 재판이 이뤄졌다면 기판력이 생겨 이번 범죄인 인도 청구 사건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변호인은 "검찰이나 수사기관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만약 (수사를) 인공지능이 했으면 이 죄(범죄수익은닉)가 기소 대상에서 빠졌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검찰은 "당시 수사의 초점은 아동청소년 음란물과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그에 따른 몰수추징에 맞춰졌다"며 "사후적으로 판단하면 모든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애초 재판부는 이날 송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신중한 검토가 더 필요하단 뜻을 밝혔다. 다음달 6일 심문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뒤 그날 송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손씨에 대한 강제 송환 절차는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한국 경찰청과 W2V 국제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뤄졌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대배심원은 손씨를 성착취물 광고와 자금세탁 등 9건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손씨 송환을 요청했다.


인사이트뉴스1


이에 법무부는 미국 인도 요청의 대상 범죄 중 국내법률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고, 국내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손씨는 IP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국내에서 기소돼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 4월27일 형기를 마쳤지만, 서울고검이 인도구속영장 집행을 완료하며 다시 구속됐다.


만일 재판부가 인도 결정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최종적으로 미국 집행기관이 한 달 내로 국내에 들어와 손씨를 데려간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손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아들이) 어린 나이"라며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해준다면, 한 번만 기회를 더 준다면 속죄하며 살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