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9살짜리 어린아이가 가방 속에서 끝내 짧은 삶을 마쳤다. 그 아이가 갇혀 있던 가방은 가로 44cm, 세로 60cm의 작은 여행용 가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냉철하고 강단 있는 모습의 서지현 검사도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 4일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A군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른들의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서 검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평균 키와 몸무게를 나타낸 표를 함께 실었다.
그러면서 "가로 44㎝ 세로 60㎝... A4 3장 남짓, 아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던 공간의 크기. 초등 2학년 평균 신장 125cm 몸무게 25kg"이라고 적었다.
이어 "고개도 못 들었겠구나, 숨도 쉬기 어려웠겠구나, 발목은 접히고 무릎도 못 폈겠구나"며 애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서 검사는 "펴지 못하는 팔은 마지막으로 아이를 안아줬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어댈수록 자꾸만 선명히 그려지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한탄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도 십수 년 전 일을 회상하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담당했던 상해치사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어린아이의 목숨값이 겨우 징역 5년이구나 싶어 치가 떨리다가 못난 자신을 자책했다"고 전했다.
또한 "황망한 죽음을 또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 하늘나라에 이미 간 아이들과 여행 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못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곱씹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7시께 의붓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소년은 여행용 가방 안에 갇혀 있었다. 의붓어머니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 여행 가방에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의붓어머니는 처음 가둔 여행 가방 안에서 소년이 소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으로 옮겨 가뒀다. 심지어 가방에 가둔 채 3시간가량 외출을 다녀오기도 했다.
소년은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 3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