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7일(일)

"다 쓴 생리대 '변기'에 넣어도 안 막히는 화장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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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급히 들어간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없어 사용한 물티슈나 여성용품을 버리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어본 적 있는가.


언제인가부터 공중화장실이 '휴지통이 없는 깨끗한 화장실' 컨셉을 내세우면서 이런 사례가 꽤 발생하고 있다.


난감한 이런 상황을 이제 겪지 않아도 될 듯하다. 휴지뿐 아니라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는 고형물도 내려보낼 수 있는 화장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19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김진혁 박사팀이 중소기업 황해전기와 손잡고 무겁고 부피가 큰 고형물까지 옮길 수 있는 '단일채널펌프Single-Channel Pump)의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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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최근 국내 하수처리장 시장에는 양 날개에 대칭 구조의 회전체가 장착된 2베인 펌프를 사용하고 있다. 구조가 단순해 제작하기 쉽고, 단가가 낮다는 장점에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이 펌프는 양 날개가 맞물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유로의 넓이가 충분치 않아 고형물이 걸려 막히는 일이 많다. 


전체 펌프 고장의 98%를 차지할 정도다. 사용전력 대비 효율도 낮다.


이에 김진혁 박사팀이 나서 '단일채널펌프'를 개발했다. 이 펌프는 단일 날개 구조의 회전체만으로 작동해 유로 크기를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 덕에 크고 단단한 고형물까지도 문제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기존 펌프 대비 50% 정도 효율성을 높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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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태생적 비대칭 구조에서 오는 심한 진동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진동이 지속되면서 파이프 연결 볼트가 풀려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팀은 비대칭 회전체로도 중심축이 치우치지 않도록 설계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고효율 저유체유발진동 단일채널펌프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회전하는 힘이 축 방향으로 가해지도록 최적의 수치를 조정했다. 또 회전하는 비대칭 회전체와 물을 모아내는 구조물인 벌류트의 상호작용에 의한 유체유발진동도 최소화시켰다.


개발한 단일채널펌프는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 하수도에 실제 펌프를 설치해 현장에서 성능 인증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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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당 기술과 관련해 국내 12건의 특허등록이 끝난 상태며, 미국 특허 2건은 등록을 위한 심사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유체기계학회로부터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개발품은 외산제품과 비교해도 동등한 성능을 자랑하면서 단가는 2~3배가량 낮췄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황해전기의 인프라와 제작기술로 주문부터 설치까지 일주일이면 끝이 난다.


기존 외산제품 대비 30여일이나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수중에서 작동하는 펌프의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사전 고장 예측 진단 기능도 갖춰 A/S 시장에서 활용 가능성도 높였다.


김진혁 박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연구였지만 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설계기법을 개발했고 황해전기의 제작기술 덕분에 제품 양산까지 가능했다"며 "앞으로는 황해전기와 같이 효율이 높으면서도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양 날개 대칭 구조의 2베인펌프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