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5일(토)

영화 ‘맨발의 꿈’ 주인공, 전주서 꿈을 차다


 

25일 오후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축구장 벤치에 앉아 출전을 기다리던 까만 얼굴색의 동티모르 선수 마리아누스(22)는 두 손을 꼭 모으며 되뇌었다.

 

옆 선수와 웃으며 이야기하곤 있지만 그의 얼굴에선 긴장과 설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다른 동티모르 선수 알베스(22)는 벤치에 앉아 마리아누스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아누스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 순간 동티모르 축구소년들의 꿈이 이뤄졌다.

 

2010년 관객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물했던 동티모르 축구소년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맨발의 꿈' 주인공들이 전주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K3리그 전남영광FC와의 경기에 동갑내기 두 동티모르 소년은 전주시민축구단 선수로 출전했다. 이들은 작년 1월 이 축구단에 입단했다. 

 

두 선수는 2004년 일본에서 열린 리베라노컵 국제 유소년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어 기량이 입증된 선수들이다.  

 


 

이번 경기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나선 마리아누스는 골문 앞으로 깊숙이 찔러주는 패스로 상대방을 긴장케 했다.  

 

마리아누스의 경기를 지켜본 양영철 전주시민축구단 감독은 "전주에서 치르는 첫 경기라 발이 무거울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인 공격 역량이 뛰어난 선수라 분명히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리아누스는 치열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경기에 집중했지만 전주시민축구단은 전남 영광FC에 0-2로 패했다.  

 

경기를 마친 마리아누스는 "경기에 뛰게 되서 너무 좋았지만 팀이 경기에 패해 아쉽다"며 "다음 경기를 꼭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이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알베스는 마리아누스의 플레이에 대해 "다른 선수들과 아직은 호흡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하며 "더 연습해 다음 경기에 나은 모습으로 출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작은 섬나라 동티모르에서 온 축구소년들은 "가난하면 꿈도 가난해야 하는거야?"라고 반문하던 '맨발의 꿈' 명대사처럼 오늘도 그라운드에서 결코 가난하지 않은 꿈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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