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10억 주면 감옥에서 1년 살 수 있어요"
계급과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무얼까. 아마도 돈이 아닐까.
때문에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황금만능주의·배금주의는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인간성과 가치관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 자체가 목적이 된 일그러진 사고방식으로 인한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이 그 단적인 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이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것도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문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이 물질만능주의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신상이 공개된 부따(강훈)는 미성년자일 때 범죄를 저질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10억원을 준다면 1년 동안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재조명됐다.
2015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직 지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고교생의 56%는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중학생은 39%, 초등학생은 17%가 같은 답을 내놨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2012년보다 고등학생은 12%p, 중학생은 11%p, 초등학생은 5%p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최대 형벌인 인신구속도 돈만 준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도 "평생 벌어도 10억 못 버는데 나도 가겠다", "10억 주면 5년도 갈 수 있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10억은 한 달에 100만 원씩 83년을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실질 임금의 하락으로 인해 돈을 모으기 더 어려워지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10억 받고 감옥 가겠다"는 이들을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는 반응이 나온다.
이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원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꼽았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는 "종전 우리 사회에서 계급과 계층을 뛰어넘는 유일한 수단은 시험을 잘 봐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이었으나, 1997년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돈이 곧 계급과 계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물질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를 경시한다는 의미"라면서 "돈을 버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