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최동수 기자 =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열심히 일을 하던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문과 DNA 채취·대조를 통해 이중으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시신이 훼손 정도가 심해 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시신들의 신원이 하나둘씩 밝혀졌고, 이 과정에서 딸을 혼자 키우다 사망한 남성 A씨의 사연도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A씨는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악착같이 일을 했다.
A씨는 점심값도 아까워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았고, 3개월 내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사고가 발생한 이 날도 A씨는 직장동료가 안쓰럽다며 준 컵라면 2개와 찬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렇게 부실한 점심을 먹고 일을 하던 A씨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딸의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A씨에게 컵라면을 준 동료는 A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더 좋은 걸 사다 주지 못해 너무 후회된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날 A씨를 포함해 이번 화재 사고로 사망한 대부분의 근로자는 일용직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근무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루에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를 받고 일을 했으며 1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도 가족들을 위해 고충을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에 따르면 불은 지하 2층에서 유증기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번졌고, 이 과정에서 우레탄과 같은 가연성 물질이 연소하면서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는 9개 업체 약 70여 명이 작업 중이었고 유독가스로 인해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