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는 '아싸 브이로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타인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아웃 사이더의 준말 '아싸'와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 브이로그를 합친 말이다.
시끌벅적한 영상이 아닌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싸의 하루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유행을 누구나 온전히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이 유행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차츰 생기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런 유행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14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아싸 브이로그의 유행이 불편하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게시됐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실제로는 아싸가 아닌 사람들이 아싸인 척 '아싸 브이로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상황이 매우 기이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세상에 어떤 아싸가 자기 일상을 유튜브에 올릴 생각을 하는가"라며 "인싸/아싸 드립이 유행하니 옷 갈아입듯 정체성을 갈아입는 게 역겹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고민일 수 있는 가난과 사회적 고립이 이들에겐 패션이고 유행인 몇번 입고 버릴 옷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아싸는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아 실제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불안까지 느끼는데, 이런 고통과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사는 이들이 이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다.
A씨는 "자발적 아싸들이 사회적 고립에 수반되는 다른 맥락을 무시해 정체성을 패션처럼 소비한다"라며 "패션은 언제나 갈아입고 바꿀 수 있지만, 가난이나 사회적 고립은 그럴 수 없어 더 비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싸 브이로거'들은 아마도 인싸/아싸 드립이 재미 없어질 때쯤 다른 유행, 패션에 붙어 그것이 자기 자신인 양하고 다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진짜 '아싸'들의 입장인 누리꾼들은 A씨의 말에 완전히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놀고 싶고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도 내 환경에 맞추다 보니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이런 아싸의 삶을 겉으로 보이는 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 검색창에 아싸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친구와 일상을 보내고 자유로운 소통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아싸와 거리가 먼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작 아싸의 삶을 사는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저조하지만 '아싸 브이로그'의 유행에 편승한 이들은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볼 수 있다.
A씨의 말처럼 단순히 아싸/인싸를 따지고 유행·희화화하기 앞서 그들의 환경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