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뜨겁고 매운 '엽떡' 먹고 고통스러울수록 오히려 멘탈은 '평온'해진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수은 기자 = 사람은 신체적 고통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혹시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기분이 개운해진 경험 있지 않은가. 또 고통스러운 마사지를 받고 난 후 개운해진 몸에 마음까지 가벼워진 적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꽤 자주 고통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행동들을 한다. 긴장될 때 손톱이나 입술을 물어뜯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엄청나게 매운 음식을 먹거나 헬스장에서 땀 한 바가지를 쫙 빼는 등 신체에 고통을 가하면서 멘탈을 관리하곤 한다.


최근 애슐리 두카스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 헬스 프로그램 임상심리학자 연구팀이 학술지 'Emotion(정서)'지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 고통이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실제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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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tvN '식샤를 합시다2'


연구진은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들에게 '일반적인 마음 다스리기'를 하거나 '불편한 신체적 자극'을 사용하도록 했다.


전자는 방금 본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해당 이미지가 사실 그렇게 불편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 수 있다고 재해석해보는 것이었고 신체적 고통으로는 강하거나 약한 전기 자극받기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약 67%의 참가자들이 적어도 한 번의 강한 전기 자극을 선택했고 참가자의 대부분인 약 98%가 적어도 한 번의 약한 전기 자극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해서 참가자들이 느끼는 부정적 정서를 측정한 결과, 신체적 고통이 일반적인 마음 다스리기 전략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서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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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방에 홀로 있도록 하되 책을 읽지도, 잠을 자지도, 핸드폰을 보지도 않는 상태로 가만히 있거나 스스로 자신에게 전기 자극을 주도록 했다.


그 결과 가만히 있는 시간 동안 약 60%의 참가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대신 적어도 한 번의 전기 자극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신체적 고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리고 신체적 고통은 마음의 상처보다 당장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해 상대적으로 먼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의 신체적 고통이 있는 상황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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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강렬한 자극을 통해 다른 감정과 생각들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로 보인다.


고통을 느끼면 몸에서 빨리 이를 상쇄하기 위한 신경전달 물질들을 분비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앉은 자리에서 명상이나 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기분을 향상시킨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의 신체적 자극은 우리의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되지만 심각한 해를 입힐 정도로 지나친 수준이 되면 문제가 된다.


이에 연구자들은 "고통 자체를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서 조절 전략이므로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만 이런 행동이 심해진다면 지체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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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고통)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뜻의 사자성어 '고진감래(苦盡甘來)'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순간이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요즘, 그저 넋 놓고 있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벼운 운동이나 입맛을 돋우는 화끈한 맛의 음식들로 우리의 정신을 환기해보는 건 어떨까.


기분 좋은 고통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를 불안과 공포로 밀어 넣은 코로나19도 종식되고 평화로운 일상이 돌아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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