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민준기 기자 = "ㅈㄱㅊㅇ"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자음 4개가 상당히 낯설 것이다.
'ㅈㄱㅊㅇ'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채팅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글차이'라는 말의 초성을 딴 것으로 게임 내 포지션 중 하나인 정글러를 비하하는 의도를 담은 말이다.
욕설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 리그 오브 레전드 측의 검열이 강화되자 검열에 걸리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비하할 수 있는 'ㅈㄱㅊㅇ'란 말이 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최근 채팅창에 넘치고 있는 이 'ㅈㄱㅊㅇ'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정글러들이 속출하고 있다.
몇 년째 롤을 플레이하고 있는 정글러 A씨는 "뭐만 하면 ㅈㄱㅊㅇ라고 하는 탑 유저들 때문에 게임을 못 해 먹겠다"며 자신의 황당한 사연을 소개했다.
평소처럼 게임에 접속한 A씨는 첫 번째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ㅈㄱㅊㅇ'라는 말을 들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불과 2분 만의 일이었다.
A씨는 "1레벨 때 갑자기 혼자 죽어놓고 'ㅈㄱㅊㅇ'라고 채팅하던데 이게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더라"라며 "캐릭터 상성도 모르고 무작정 덤비던데 수준이 그 정도인 유저한테 이런 말을 들어 화가 난다"고 전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줄곧 'ㅈㄱㅊㅇ'를 외치던 탑 유저는 '0킬, 12데스, 0어시스트'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고 결국 게임은 패배로 돌아갔다.
A씨는 집 나간 멘탈을 다스리며 다음 판을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또 다른 '탑신병자'를 만나고 말았다.
이번에 만난 탑 유저는 게임 시작한 지 1분 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상대방 유저에 의해 탑 라인이 밀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탑 유저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라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미 상대방 탑 유저가 주도권을 가져간 상태였다.
경기 초반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A씨는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려고 탑 라인에 자주 합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 A씨에게 돌아온 말은 'ㅈㄱㅊㅇ'였다. 우리 팀 탑 유저는 게임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이 모두 정글러 탓인 것 마냥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던 A씨의 멘탈은 'ㅈㄱㅊㅇ'로 인해 박살나고 말았다.
A씨는 "최근 코로나19가 퍼져나가면서 개학이 늦어져 유저층이 대폭 늘어나다 보니 이런 이상한 사람도 증가한 것 같다"고 추측하며 "당분간 게임 안 하겠다"며 사연을 마무리했다.
롤은 5명이 하는 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좋은 팀원을 만나는 것이 승리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최근 "아무튼 정글차이", "ㅈㄱㅊㅇ"와 같이 아군 정글러 탓을 하는 탑유저가 대폭 증가한 것 같다.
매 시즌 마다 고통을 호소하던 정글러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