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날씨가 풀리면서 한강엔 봄바람을 쐬러 나온 인파가 가득 들어찼다. 두 달이 넘도록 코로나19의 잔불이 이어지자 '거리 두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 개개인의 '일탈'은 생활방역을 붕괴시킬 수 있다. 코로나19와 사투에 한창인 현직 간호사도 이 일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30일 한 간호사의 트위터에는 한강에 놀러 나온 인파를 비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간호사 A씨는 "꼭 죽고 싶다면 집에서 조용히 죽어달라"는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특히 꽃놀이를 음주운전과 똑같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무책임한 일부가 공동체의 노력과 안전을 망가뜨린다는 주장이다.
A씨는 "자가격리가 뭐가 힘드냐. 그냥 집에 있으면 됐지, 뭐가 힘들어 돌아버릴 것 같냐"며 "나는 마스크 찜통에 쪄서 환자를 보게 생겼는데"라고 지적했다.
이어 "꽃놀이를 하러 가는 건 엄청난 잘못이다. 당신만 갑갑하냐"며 "꽃은 내년에도 핀다. 우린 목숨을 걸고 일하는데 너는 그 꽃을 꼭 봐야겠냐"고 따졌다.
또 "그렇게 꽃놀이가 하고 싶다면 아프다고 병원에 오지 마라. 보호구도 부족하니 집에서 조용히 죽어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꽃놀이는 음주운전"이라며 "뇌경색 환자 등은 병원에 자리가 없어 사실상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이 환자는 꽃놀이한 너희가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강에는 신규 확진자가 대체로 감소세를 보인 지난달 16일부터 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로 연인과 친구끼리 봄바람을 쐬러 나온 20~30대였다.
한강뿐만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는 꽃놀이를 보러오는 관광객을 막으려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진해는 꽃놀이의 메카인 군항제를 취소했을뿐더러 당분간 주요 명소엔 방문객과 차량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축제를 취소했는데도 인파가 몰려들자 강경책을 편 것이다.
시가지 곳곳엔 ‘군항제 취소에 따라 진해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서울시도 석촌호수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를 취소하고는, 석촌호수를 폐쇄했다.
부산시도 '부산낙동강 유채꽃 축제'를 취소하고 낙동강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경관단지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