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팬택
청산위기에 몰렸던 팬택이 마침내 옵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M&A) 본계약 체결에 성공, 본격적인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옵티스 컨소시엄(옵티스-쏠리드)과 팬택은 17일 오후 쏠리드 판교 사옥에서 인수합병(M&A) 본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재판장 윤준 파산수석부장판사)는 "팬택이 옵티스 컨소시엄과 인수합병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허가했다"면서 "회생계획안이 작성돼 법원에 제출되면 법원은 조속히 관계인집회를 개최해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체결식 직전까지도 구체적인 계약 조항을 놓고 조율한 끝에 법원의 최종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작년 8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하에서 3차례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되면서 청산 위기에 처했다.
지난 5월 법정관리인인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스스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면서 파산 가능성은 더욱 현실화했다.
그러나 국내 IT업체 옵티스가 팬택 인수 계획을 밝히고 나서면서 기사회생의 길이 열렸다. 그동안 인수전에 나선 국내외 업체들에 번번이 퇴짜를 놨던 법원은 옵티스의 사업전략과 자금조달력 등을 두루 검토한 끝에 인수합병 양해각서 체결을 허가했다.
옵티스는 지난 6월 법원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팬택에 대한 실사작업에 나섰다. 옵티스는 이 과정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변 회장은 팬택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결국 한 달 만에 본계약 체결을 끌어냈다.
본계약 체결 성공에는 최근 1대 주주로 컨소시엄에 참가한 국내 중견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의 역할도 컸다. 쏠리드의 합류가 컨소시엄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웠다. 연매출 2천억원 규모의 이 업체는 북미, 중남미, 유럽, 중동 시장은 물론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쏠리드는 앞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쏠리드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가는 동남아 시장 진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이뤄졌으며 쏠리드 자체 투자 금액은 60억원"이라고 말했다.
옵티스 컨소시엄은 24년간 축적된 팬택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한창 성장하는 IPTV 등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 등 다른 해외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사업 구상도 세웠다.
변양균 옵티스 회장은 "해외에서 기반을 다진 쏠리드와 옵티스가 세계적 휴대전화 제조기술과 경험을 갖춘 팬택을 인수해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팬택을 고용과 수출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해외진출 상징 기업으로 재도약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본계약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팬택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남았다.
옵티스는 8월 말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가 열리기 전까지 400억 원에 달하는 인수대금 전액을 내야 한다. 쏠리드의 극적 합류로 자금 조달에 한층 여유가 생기기는 했으나 수백억 원의 돈을 한 달여 만에 동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대금 완납 후에도 법원과 채권단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본계약 체결은 이제 5부 능선을 넘은 정도이며 인수대금 지급에 이어 회생계획안 승인이 관건"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팬택은 옵티스라는 새 주인 품에서 다시 회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