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미성년자 '성착취'하는 n번방에서 잠입취재하던 기자가 가장 고통을 느낀 순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텔레그램에 여성의 성착취물을 공유해온 'n번방 사건'은 지켜보는 취재진에도 적잖은 피해를 안겼다.


특히 n번방에 잠입까지 했던 국민일보의 한 기자는 피해 여성에게 아무런 도움을 못 줬다는 무력감에 며칠간 넋이 나갔었다고 한다.


지난해 초 국민일보는 웹하드에 나도는 성착취물의 진앙을 찾아내려 텔레그램에 잠입했다.


20대 대학생 2명과 함께 특별취재팀을 꾸렸고, 6개월간 지독하게 끔찍한 이 사건을 파헤쳤다. 이달 9일부터 취재한 악의 연대기를 네 차례에 걸쳐 연재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출발점이었던 '텔레그램에 강간노예들이 있다'에 따르면 기자는 n번방의 문을 열자마자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더는 취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아가 숙박업소에 갇혀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당하는 영상을 접했다. 성기를 드러내놓고 자위하는 영상은 기본이었다.


기자는 곧바로 영상을 캡처해 경찰에 넘겼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여전히 수많은 여성이 성착취를 당하고 있었고, 죄책감과 구역질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체내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영상은 꽤 오랫동안 취재진의 말을 잃게 했다고 털어놨다. 기자는 "눈만 감으면 그 장면이 떠올랐다"며 "피해자의 몸부림을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박사' 조모씨 / 뉴스1


기자는 용기를 내 피해자와의 접촉을 시도해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괜찮다고, 탈출할 수 있다고, 구해주겠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하루만 지나면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가 됐다. 그는 "이 모든 게 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꿈이기를 바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n번방 사건'은 이렇게 세간에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사방을 만들어 수백개의 성착취물을 공유해온 '박사' 조모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n번방의 한 갈래였던 박사방에서는 총 74명의 피해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16명은 미성년자다. 최연소 피해자는 11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