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대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 구급 대원, 자원봉사자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작은 영웅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여기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달려간 20대 청년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소방공무원시험 준비생 이미르(21) 씨다.
지난 19일 인사이트는 이미르 씨와 서면 인터뷰를 나눴다. 이씨는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다.
이씨는 의료 자격증이 없는 순수 민간인이다 보니 간호사들을 도와 혈압이나 열을 재고 식사 때마다 배식을 도왔다. 언뜻 보면 간단한 일 같지만, 자원봉사 인력이 크게 부족했던 터라 이씨의 역할은 정말 중요했다.
이씨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대구 동산병원과 대구시 등에 전화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에서 대구로 향해 숙소가 제공된다는 소문을 듣고 이에 대해 물었을 때도 "당연히 해줘야죠!"라며 이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점이 문제가 됐다. 의료진은 하루에 일당, 식비, 숙소비, 출장비, 생명 수당이 지원된다. 하지만 이씨는 의료진이 아니기 때문에 숙소비를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 6만 원, 한 달에 186만 원. 하루아침에 호텔에서 쫓겨나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된 이씨는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으나 "우리가 가라고 한 건 아니지 않냐"는 대답뿐 별다른 해결책은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의료진들과 똑같이 방호복 입고 환자들과 수많은 접촉을 하며 환자의 비말은 물론 핏방울도 맞아가며 근무했다"면서 "생명 수당도 아닌 숙소비 하나 지원 못 해주는 정부와 대구시에 서럽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이 논란이 되자 다음날 이씨는 지금까지의 숙소비만 지원되고 앞으로는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자원봉사 중단 요청도 받았다고 한다.
결국 병원을 떠나게 된 이씨는 인사이트에 "갑작스러운 봉사 종료 요청이 제일 아쉽다"며 '책임감' 하나로 시작한 봉사에 대한 속상함을 내비쳤다.
"다른 생각은 없고 빨리 가서 도와주고 싶어서. 그 생각 하나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그가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3주 동안의 봉사 활동을 끝내면서도 모두를 응원한다는 이미르 씨. 정부는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위해 온몸을 바친 '자원봉사자'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배려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