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자식들이 주고 간 건데 나는 쓸 일이 없으니 좋은 일에 써 줘요"
지난 16일 고인순 할머니는 부평1동 행정복지 센터를 찾아 현금 50만원과 마스크 11장을 기탁했다.
고 할머니는 "자식들이 쓰라고 준 용돈과 마스크인데 쓸 일이 없으니 알아서 좋은 곳에 써 달라"고 밝혔다.
최초 고 할머니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기탁했지만, 센터 직원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년째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지역사회에 기부해 이른바 '기부 천사'로 불리는 고인순(91세 여성) 할머니라는 것을.
그 마음에 감동받은 센터 직원들은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지난 17일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할머니는 "옛날 같았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콩 한쪽 주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지금은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25만원씩 나눠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작지만,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할머니가 기부한 50만원은 지난달 28일 91번째 생일을 맞아 4남매 자식들이 생일 선물로 준 용돈이었다. 같이 기부한 마스크도 딸이 걱정된다며 챙겨준 것이다.
그는 "늙어서 집 밖에 나가지 않으니 밖에 다니는 사람들 주라고 동에 가져간 것"이라며 "마스크를 봉투에 담아 줬어야 하는데 그냥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부평1동장은 "할머니는 이번 성금 외에도 된장, 간장을 대구에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음식이라는 특성상 실제 기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꼭 필요한 분들에게 잘 전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부평구는 기부금과 마스크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지정 기탁 처리해 어려운 이웃에게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고인순 할머니는 지난 2011년부터 직접 담은 된장을 지역 내 홀몸 어르신 및 저소득 가구에 기부를 시작했으며 지난 2016년에는 제1회 '행복나눔인상' 시상식에서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