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치매를 앓는 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되자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간 손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80대 이상에서 코로나19의 치명률(누적 환자 대비 사망자)은 9.26%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자의 정성에 기적처럼 병마를 이겨냈다.
지난 16일 청도군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돼 포항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갑생(85) 할머니는 그제 완치해 퇴원했다.
앞서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김 할머니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에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들은 손자 박용하(31)씨는 만사를 제쳐 놓고 포항에 달려갔다.
치매가 심한 할머니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박씨뿐이었다. 하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보건당국의 제지를 받아 박씨는 할머니를 가까이서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입원 이틀째부터 할머니의 치매 증상이 심해졌고, 결국 의료진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보건당국은 박씨의 출입을 허락했다.
박씨는 감염예방법을 듣고 방호복을 입은 채, 별도의 침실에서 생활하며 2주간 할머니를 간호했다.
손자가 곁에서 돌보자 할머니는 비로소 식사를 시작했고 제대로 치료를 받아 입원 15일만인 지난 14일 완치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박씨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세 살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어머니가 재가해 박씨는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호강도 못 시켜 드리고 훌륭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어서 할머니에게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키워주신 할머니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