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공적 마스크 판매 때문에 '약사'인 아내가 울었습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뒤 전국의 약사들은 매일 같이 마스크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약국에 공급되는 마스크는 5개입으로 구성된 한 세트로 들어오는데 이를 '공적 마스크' 기준 판매 개수인 2개로 소분하는 작업을 약사가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불만을 내뿜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도 약사의 몫이다.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기에 이곳저곳에서 한탄이 들려온다. 


어제 하루 한 약사도 괴로움을 겪었다. 일을 그만두고 싶어질 만큼 괴로웠던 이 약사는 손님의 위로 한마디에 눈물을 터트렸다. 우는 아내를 본 남편은 이 사연을 적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 공적 마스크 판매 일일 체험기(부제:아내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의 내용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지난 7일 약사인 아내를 도와 일일 아르바이트로 마스크를 판매하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A씨 부부는 마스크 입고가 지연되자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했고 다음 날(일요일) 오전 10시에 판매하겠다고 약속한 뒤 돌려보냈다.


당일 늦은 오후가 돼서야 마스크가 입고됐고 부부는 5개씩 한 묶음으로 들어온 마스크를 소분해 125세트를 만든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휴일인 일요일에도 부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국에 출근했다. 왜 이렇게 늦게 출근하냐며 비아냥거리는 손님부터 마스크 포장지를 다른 것으로 바꿔 달라는 손님까지 부부를 힘들게 하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견뎠다.


이 때 한 40대 여성이 방문해 대리 수령 포함 '네 명' 분량의 마스크를 요구했다. 하지만 자녀 중 한 명이 대리 수령할 수 없는 나이였고 부부는 3명분만 판매했다.


여성은 어제 물어볼 때는 대리 수령이 가능하다 해놓고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따졌다. 그러면서 마스크 달랑 2장 사는 데 사람을 불편하게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 난 아내는 "나도 힘들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다. 나한테 따지지 말고 정부에 따져라"라고 말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에도 자잘한 소음은 계속됐으나 여차저차 마스크 판매는 끝이 났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정리 후 퇴근하려는 순간 구매 현장에 있던 분식집 사장님이 들어와 김밥 두 줄을 건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고생 많으셨어"


이 한마디에 A씨의 아내는 그 순간 눈물을 터트렸다.


이 사연은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시민들만큼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약사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아침부터 줄 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시민들도 힘들겠지만, 우리가 받아쓰는 마스크에는 이들의 희생이 담겨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