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분명 둘 다 부추를 '정구지'라 부르고, 전을 '찌짐'이라고 부르면서 "너희들 말투가 똑같네" 라고 하면 화를 내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부산과 대구 출신 친구들이다. "마 뭐가 똑같노, 완전히 다르구만"이라면서 어이없어하는 모습도 똑같은데, 두 친구는 아예 다른 사투리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부산 사람과 대구 사람은 서로 몇 마디만 나눠도 어디 출신인지 금방 알아차린다는 거다.
서울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히 억양이 강하고 말이 빠른 경상도 사투리로만 들릴지 몰라도, 사실 부산과 대구 사투리에는 미묘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1. 악센트(억양) 차이
"니 그거 너무 심↘하다↗" VS "니 그거 너무 심↗하다↘"
부산과 대구 사투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어디에다가 악센트를 주고 말하는지다.
부산 사투리는 주로 뒷음절에다 악센트를 주는 경우가 많은 반면, 대구는 첫음절에다 악센트를 주고 말한다.
비슷한 예시로 '대학교'와 '언니야'를 들 수 있다. 부산에서는 각각 "대↘학교↗", "언↘니야↗"라고 부르고, 대구에선 "대↗학교↘", "언↗니야↘"라고 발음한다.
2. "니 와그라는데" VS "니 와카는데"
"너 왜 그래?"를 표현하는 사투리도 부산과 대구는 조금씩 다르다.
부산의 경우 "니 와그라노"라고 말하며, 대구는 "니 와카는데"라고 말한다.
대구가 부산에 비해 'ㅋ'발음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억양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비슷한 예시로 "무슨 말이야"를 부산에선 "뭐라하노", 대구에선 "뭐라카노"라고 표현한다.
3. "우짜지" VS "우야지"
부산과 대구는 "어떻게 하지"를 표현하는 사투리도 다르다.
보통 부산에서는 "우짜지"라고 사용하고, 대구는 "우야지"라고 한다.
실제로 대구는 이러한 특색을 살려 '우야지'라는 프렌차이즈 막창집이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발음이 비슷한 관계로 딱 나눠서 사용하지는 않고, 둘 다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4. "대다" VS "디다"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들의 뜻을 유추하기 힘들 거다.
"힘들다"를 뜻하는 사투리로 부산에서는 "대다(되다), 대구에서는 "디다"로 표현한다.
"고단하다", "고되다"라는 표현이 지방 특색에 맞게 변형된 것으로, 주로 연령대가 있는 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사투리다.
5. "햄 VS "히야"
부산과 대구는 "형님", "형'을 부르는 표현 또한 특이하다.
부산에서는 "햄"이라고 부르고, 대구는 "히야"라고 한다.
주로 나이 차가 적은 경우에 사용하는 사투리로, 어른들 또는 나이 차가 많은 경우에는 "형님" 또는 "행님"이라고 부른다.
사실 알고 보면 부산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는 이렇게나 매우 다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파도 소리에도 음성이 들리도록 악센트가 발달했고, 분지 지역인 대구는 공기 울림에도 멀리까지 말을 전달 할 수 있게 첫음절부터 강한 악센트가 발달했다고 한다.
혹시 이 글을 보고도 아직 부산과 대구 사투리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면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부산 사투리고, "방↗탄↘소년단"은 대구 사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