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오빠는 한타 하는 동안 나만 봐 줘야 돼!"
이는 리그오브레전드(롤)에서 남자친구와 '봇듀오'로 게임을 하게 된 여성이 외친 말이다.
대부분의 남성은 일상 대화 중 여친에게서 이 말을 들었다면 "오빠가 당연히 지켜주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연 속 남성은 차마 이 말을 자신 있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여친의 티어가 브론즈인 까닭에 여친만 신경 쓴다면 처참히(?) 패배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친과 함께 롤을 한 남성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어느 날 A씨는 여친에게 "우리 롤 같이하자"라는 말을 들었다. 평소 롤을 즐기던 A씨와 취미를 공유하고 싶다는 여친의 부탁이었다.
A씨는 나름 상위 30% 안에 드는 '골드' 티어였다. 초보와 게임을 같이 하면 답답하지만 여친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귀여웠던 까닭에 기꺼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여친과 함께 달달한 '커플 롤'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쯤, 여친은 배치고사를 봤고 롤 최하위 수준의 티어인 '브론즈'에 배치를 받았다.
브론즈 티어를 달게 된 여친은 "자존심이 상했다"며 남친에게 "앞으로 무조건 나랑만 '듀오'하고 한타할 때 나만 지켜줘야 돼"라고 소리쳤다.
여친의 주 포지션은 원거리 딜러(원딜)였는데, 원딜은 화려하고 대미지가 높은 대신 기본 방어력과 체력이 낮은 탓에 늘 팀원들의 '호위'와 어시스트를 받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마치 축구의 '스트라이커'와 비슷하다.
워낙 손이 많이 가고 컨트롤이 쉽지 않아 '브론즈'가 하기엔 쉽지 않은 포지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A씨는 여친에게 다른 포지션을 권해봤다. 하지만 여친의 강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A씨는 "여친만 아니면 게임 내내 신경도 안 쓸 텐데 그래도 사랑하는 여친이니 항상 따라다니면서 지켜주고 있다"며 "요즘은 맨날 지기만 하는데 이러다가 나까지 브론즈로 떨어질까 봐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여친의 오기로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는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래도 어떡하냐. 사랑이 게임보다 위에 있는 것을", "여친만 있다면 브론즈든 아이언이든 대수냐"며 뜨겁게 반응했다.
한편 최근 몇 년 간 커플끼리 같이 커플 게임을 하거나, 게임 속에서 이성을 만나 커플이 되는 사례가 온라인상에 다수 올라왔다.
지난해에는 게임 '테일즈 위버'에서 만나 5년째 달달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는 커플의 사연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