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 글을 적고 있는데도 무서워서 죽을 용기가 안나네요... 몇 번 시도해보면 되겠죠"
지난달 9일 경남 밀양의 한 신소재 전문 회사 기숙사에서 32살 꽃다운 나이의 한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위와 같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던 유족들은 A씨가 부서 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상사와의 잦은 카풀 이용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남긴 휴대전화 메모에서도 이러한 증거가 몇몇 발견됐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책임을 질 수 없어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강○○ 과장님 차 좀 타고 다니세요.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라며 마지막 선택에 앞서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회사에서는 이를 단순한 카풀로 보았지만 유가족들은 부당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가 살고 있던 기숙사와 회사의 거리는 11km로 차로는 19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A씨는 출퇴근 때 강 과장을 태우기 위해서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강 과장을 태울 경우 무려 39km, 이동 시간만 40분을 가야 했고 출퇴근 모두 카풀을 했다면 그 거리는 80km에 이른다.
유족 측은 증거와 정황이 명백한데 회사 측에서는 공식적인 사과조차 없다고 전했다. 또한 A씨를 나약하고 무책임한 직원으로 호도하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족 측이 제시한 A씨가 일도 잘하고 책임감 있게 일 처리를 해나갔다는 직장 동료들의 증언과는 너무나 달랐다.
부서를 옮기고 힘들어하는 동생을 보고 이전 부서 직원들이 복귀를 건의하기도 했으나 상급자가 면이 안 선다는 이유로 반려했고, 심지어 A씨는 사직서까지 반려당했다.
유족은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건을 담당한 밀양경찰서는 유족에게 타살로 볼 의혹이 없어 단순 종결 처리한다고 알렸다. 유족은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타살이 아니라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결국 유족 측은 지난달 10일 경남창원지방경찰청에 진정을 넣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함께 노동부에도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넣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유족들은 A씨 죽음과 관련한 회사의 태도와 경찰의 수사를 문제 삼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다.
글에서 A씨의 형은 "동생이 세상을 등지는 마지막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미쳐버릴 것 같다"며 "동생의 죽음을 개인 탓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건강이 더 안 좋아졌다"라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글은 4일 오전 11시 기준 1,377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오는 22일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