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최고가 되고자 발돋움을 하고 있다.
경쟁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회사 대만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기술(1나노=10억분의 1)을 개발해냈다. 초미세 공장에서 경쟁사를 훌쩍 앞서면서 또 한 번 판을 뒤흔들 준비를 끝마쳤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중국의 한한령 등 주변국의 잇단 방해에도 개의치 않고 꾸준히 도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연구소는 이재용 부회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을 시연했다.
삼성의 3나노 공정기술은 아직 양산될 단계는 아니지만, TSMC보다 먼저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답게 기술력을 토대로 TSMC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TSMC는 올 하반기 5나노 공정기술을 양산화하고, 3나노 공정기술은 오는 2022년에나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보다 1~2년 늦는 셈이다.
3나노 공정기술이 들어간 칩은 5나노 제품보다 면적이 약 35% 이상 작고, 소비 전력은 50% 이상 적다. 성능(처리속도)은 약 30% 향상시킬 수 있다.
3나노 공정기술을 먼저 양산하게 되면 글로벌 스마트폰·반도체 회사의 최신 제품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은 앞서 여러 차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1위를 수성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바 있다. 10년간 총 133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2016년부터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해 오고 있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까지 독식하게 된다면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 1위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 변방국인 중국이나 일본과는 기술 격차를 10년 가깝게 벌릴 수 있다. 중국이 비메모리 부문에서 빠르게 추격을 하고 있지만, 삼성을 쫓아오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는 이날 공정기술 개발 성과를 보고받고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과거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