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소방차를) 저 앞에 뒤로 좀 빼주세요. 영업을 해야 하니 뒤로 옮겨주세요. 입구를 터 줘야지 이렇게 놓으면 어떻게 해요"
지난 2015년 3월 방영된 EBS1 '사선에서 - 불보다 뜨거운 심장으로'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해 출동한 한 소방차를 보고 한 아주머니가 했던 말이다.
이 모습은 현재 재조명되며 우리네 시민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일이 있고 나서 4년이 지난 지금, 소방관을 향해 영업해야 하니 차를 빼달라고 소리친 아주머니에게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 22일 경향신문은 18일 이뤄진 당시 방송에 출연한 아주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어요. 앵앵거리며 출동하니 불이 났나 싶어 나와 봤지"
이어 아주머니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현재의 자신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아주머니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가만히 보니까 불난 것도 아닌데 남의 (노래방) 영업장 앞을 20~30분 동안 막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앞으로 빼주세요'라고 한 것이 뭐가 잘못이라는 겁니까"
아주머니는 지금까지도 불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재차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아주머니는 "불이 나지 않았고, 소방차를 빼달라고 말한 나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영업적 손해를 봤냐는 질문에는 "영업적 손해를 봤다 안 봤다 이야기할 것은 아니고 내가 보기엔 불도 안 난 것 같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가정집도 아니고 남의 영업장 앞에 주차했으면 '앞으로 빼서 길이나 터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불이 난 집에는 유독가스가 가득 차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가 응급 후송됐고, 소방서 추산 18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들, 그리고 무질서하게 길가를 막고 있는 입간판들은 화재 시 소방차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영업 손실을 말하며 소방차의 진입을 막는 일부 시민들의 요구까지 더해져 환자의 생명을 더욱더 위태롭게 만든다.
소방당국은 지난 4월 이러한 방해 요인으로 화재 진압 등 소방 활동이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 주·정차 차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소방시설 주변 도로를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변경해 도로 경계선과 차선을 붉은색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이 파손되더라도 차주는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또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붉은 선과 소화전 주변에 불법으로 차를 주차할 경우 과태료 8만 원이 부과된다.
한편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 중이며,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누구나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