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경기도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을 지원한다.
도내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 중 절반 이상이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경기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민선 7기 공약 중 하나인 '이주아동청소년 건강관리사업'의 일환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 실태를 파악해 이를 토대로 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실태조사를 지자체 차원에서 한 것은 이번이 전국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사는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간 경기도 내 18세 이하 미등록 이주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 340명, 자녀 468명, 이해관계자 154명 그리고 전문가 33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자녀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무려 52.1%에 달했다.
이들은 병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 '병원비가 비싸서'(39.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18.2%), '의사소통이 어려워서'(17.6%)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73.8%는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을 한 경험이 있었고 그중 78.9%가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산후조리를 했다고 답했다.
출산 후 쉬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2.4%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보건소에서 만 12세 이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감염병 예방접종에 대해서도 절반 이하인 40.4%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공공의료 등에서 제공하는 긴급의료비 지원'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도 16.3%에 불과했다.
의료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이에 해당 조사를 진행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개선'(포용적 관점에서의 출생등록제 및 건강보험제도 시행), '기존 복지제도 활용'(필수예방접종·취약계층 진료비 지원·산후조리 지원 등), 의료시설 이용 편의 제고(의료통역콜센터 운영 등), 전달 체계 활성화(보건의료 서비스 정보 제공 및 교육권 강화), 범국가·범정부·범시민사회 차원에서의 이주 거버넌스 구축 등 총 5개 범주 14개 시책을 제안했다.
연구책임자인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오경석 소장은 이에 대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미등록 아동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시책 마련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에 허성철 경기도 외국인정책과장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적극 협업을 추진해 국제 수준에 부응하는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 지원을 위한 시책을 마련해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가 미등록 이주아동 가정을 지원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법체류자는 말 그대로 불법으로 한국에 사는 것인데 왜 그런 가정에 국민의 혈세를 들여 지원하냐"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