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화려하게 만들어 줄 사람보다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작가 곽정은이 남긴 연애에 관한 글이다. 많은 이들은 이 글귀에 수많은 공감을 보냈다.
그만큼 사람은 내 멀쩡해 보이는 모습 이면에 숨은 초라함을 드러낼 수 있는 이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모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남성 A씨도 그랬다. 겉으로는 좋은 대학을 나와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늘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대학원까지 나온 그는 사실 학자금 대출만 수천만 원이 쌓여 있었다. 설상가상 취업도 잘되지 않았다. 여기에 급격히 가세가 기운 집안은 A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A씨는 '내 인생에 연애는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연애를 하는 데에는 그만큼 비용이 소모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A씨 곁에 여성 B씨가 다가온 건 정말 우연이었다. 학원에서 채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두 사람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았다.
친구로 지내면서 A씨는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는 B씨에게 가정환경이나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B씨가 예쁘고 착하기에 함께 있으면 설렜지만, 그녀가 자신을 좋아할 리 만무하다고 여겼기에 속 얘기도 할 수 있었다.
그런 A씨의 손을 먼저 잡아준 건 B씨였다.
B씨는 "오빠가 열심히 살고, 힘들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며 "나랑 만나보자"고 다가왔다.
A씨도 B씨와 자주 만나며 호감을 느꼈지만, 기념일에는 좋은 선물을 해주지도 못할 것이고 좋은 레스토랑에 데려가지도 못할 걸 생각하니 우울했다. 능력이 없는 자신과 그녀가 만나는 게 과분하다고 생각해 결국 거절했다.
하지만 B씨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A씨는 그녀의 한마디를 듣고 평생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오빠의 좋은 면만 보고 고백한 거 아니야. 지금 오빠가 초라하다고 말했지만, 오빠는 결국 다 이겨내고 일어설 사람 같아. 그리고 좀 초라하면 어때. 난 그런 오빠도 좋은 걸"
B씨의 순수한 고백 덕분에 연애를 시작한 A씨. 수년이 지난 지금은 대출금도 거의 다 갚고 취업에도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는 그녀와 결혼을 구체적으로 꿈꾸고 있다는 A씨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잘 될 때는 더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때에도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며 "사랑은 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하라"고 조언했다.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의 조금 초라한 내면까지 사랑하고 보듬어주자. 둘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져 거친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