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제주도에서 한 할아버지가 첫눈에 반한 젊은 여성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6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최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 사이에서 유명한 노신사에 대해 다뤘다.
사연의 주인공은 60대 노신사 박노식(가명)씨. 그는 게하를 돌아다니면서 대전에서 내려온 31세 여성을 두 달 가까이 찾아다니고 있었다.
게하 사장님들은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여성을 찾는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이는 방송을 통해 곧 밝혀졌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는 5년 전, 그 여성을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여성이 인근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한다고 했기에 게하를 수소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게하 사장님은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나이 차도 큰데 호감 있어서 결혼할 여자를 찾는 거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제작진은 제주도를 수소문해 겨우 박씨를 만날 수 있었다.
제작진이 만난 박씨는 제주도 토박이지만 마을 사람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제작진에게 "나쁜 의도는 아니다"며 "그냥 공부만 하고 주변에 사람 없이 적막하게 사니까 생각이 난 거다. 혹시 마음이 맞을까 봐..."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껏 공부밖에 몰랐고 60살 평생 마음에 드는 이성조차 없었다는 박씨. 쉽게 말하면 '모태솔로'라는 것.
그는 "버스 정류장에서 봤는데 간단히 대화하려다 이렇게 된 거다"라며 "재작년에도 한 번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봤는데 그때까지도 말하려니 부끄럽고 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제작진이 "왜 호감이 가느냐"고 묻자 "정숙하게 보이고 사람이 좋게 보인다. 단발머리에 얼굴도 곱고 단정하다. 현모양처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이름도 모르고 5년 전 마주칠 당시 나이가 26살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어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결혼하고 싶다"며 "요즘은 저출산 시대여서 아동도 줄어들지 않았냐.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그에게 상대방이 무섭게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알려줬다.
그러자 그는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죄송하다. 이제는 안 찾아다니겠다"고 다짐했다.
박씨는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여성을 찾아 나선 이유가 6개월 전, 평생 유일한 말벗이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사람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던 것이다.
임상심리전문가는 "이 분을 도와드릴 수 있는 키는 사람과의 관계다. 소소한 일거리를 하거나, 현실적 대인 관계를 조금씩 해 가면서 연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시의 도움을 통해 박씨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박씨는 앞으로 영어 선생님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게 된다.
박씨는 "소극적 면을 탈피하고 대화의 창을 열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연을 전한 '궁금한 이야기 Y' 측도 그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