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군대를 전역한 예비군끼리 모이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야 우리 때가 진짜 힘들었어", "우리 땐 북한 쳐들어오는 줄 알고 전쟁 대비까지 했었어" 등의 이야기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이나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지만 예비군 남성에겐 그야말로 명예가 걸린(?) 자존심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누구에게나 군 생활은 힘들 수밖에 없다. 2년가량의 시간 동안 가족, 연인, 친구와 떨어져 훈련과 근무를 매일 같이 수행해야 하니 누구든 고통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최근 10년 동안 09군번(2009년 군대를 입대한 자)부터 17군번까지 입대한 예비군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가장 크고 힘들었던 사건들을 꼽아봤다.
1. 09~11군번
사실상 최근 10년 군(軍) 역사 가운데 최악의 세대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잠수함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됐던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시작으로, 2010년 11월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그야말로 참사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이듬해 북한의 지도자였던 김정일까지 사망하면서 약 2년간 군 내부는 최악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이 시기에 군 복무를 했던 군인들은 반년에 한 번씩 터지는 전투준비태세(전준태)와 진돗개(군 비상 태세), 데프콘 등을 수행해야 했다.
2. 12군번
2012년은 그나마 다른 년도에 비해 사건 사고가 적은 해였다고 할 수 있다.
25사단 GOP 총기 오발 사건, 15사단 모 대위 성추행 자살 사건 등이 있었으나 이는 모두 각 부대 차원에서 끝난 사건이라 파장이 타 사건사고에 비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래도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이 벌어져 한동안 전방 부대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3. 13~14군번
군대 가혹행위와 부조리 문화가 큰 변화를 맞게 된 시기다.
28사단 의무병 구타사망사건(윤 일병 사건),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임 병장), 해병대 1사단 소변기 가혹행위 사건 등 군 내부 부조리에서부터 촉발된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군은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
이후 병사들의 복지 증진이 이뤄졌고 병사 간 부조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기 생활관 제도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4. 15~16군번
또다시 북한이 마수를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다.
11차례에 달하는 북한의 핵실험과 수소폭한 실험 성공에 이은 대남 확성기 도발은 남북의 갈등을 점점 뜨겁게 했고 이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포격 도발로 이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연천군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고 전군에 최고경계태세가 내려졌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5년 만에 북한이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곳에 직접적인 포격을 가한 사건이자 42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이 도서지역을 제외한 한국 본토 내에 포격을 가한 사건이다.
이 시기를 겪은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전군은 군장을 모두 싼 채 총과 헬멧 등 개인 장구류를 휴대해야 했다. 전방 부대와 후방 일부 부대에선 탄약 불출이 이뤄지기도 했다.